서울 영동초 인근 교차로(당산동아아파트 교차로) 대각선 횡단보도 [서울시]


교차로에서 모든 방향으로 건널 수 있는 '대각선 횡단보도'가 설치된 지역에서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설치 전보다 18%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차로 들이받는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건수는 절반으로 줄어 보행자 안전과 편의가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한국도로교통공단과 함께 2012∼2023년 시내 대각선 횡단보도가 설치된 217곳을 대상으로 설치 전후 교통사고 건수, 차량 통행속도 등을 분석한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우선 설치 전·후 평균 교통사고 발생 건수를 비교한 결과, 전체 사고 건수는 설치 전 377.3건에서 설치 후 370건으로 18.4%(69.3건) 감소했다.

사고 중 '차 대 사람' 사고 건수는 27.3%(99→72건), '횡단 중 사고' 건수는 25.8%(66→49건) 줄어들었다.

특히 차 대 사람 교통사고 중 우회전 중 보행 교통사고·좌회전 중 보행 교통사고가 각각 35.3%, 44.8% 감소했는데, 모든 방향의 보행신호가 동시에 켜지고 차량 진입이 금지되면서 보행자 안전을 높이는 데 뚜렷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규 위반 유형별로는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이 50%(34→17건), 안전운전 불이행이 20.0%(166.3→133건), 신호 위반이 18.3%(109→89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 전·후 교통사고 건수 [서울시]


대각선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보행자 이동 거리도 짧아졌다.

설치 전에는 대각선 방향으로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야 했지만, 대각선 횡단보도로 한 번에 건널 수 있게 되면서 보행자 이동 거리는 평균 5.6m(32.5→26.9m, 17.2%) 줄었다.

차량의 평균 통행속도는 설치 전보다 소폭(시속 1.6㎞) 감소해,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로 인한 차량 정체가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시는 분석했다.

시는 올해 송파구 송파초교 인근, 영등포구 당산동아아파트 교차로, 강동구 광진교남단사거리에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를 완료했다.

송파초교 인근 교차로 대각선 횡단보도 [서울시]


이달 말까지 은평구 제각말아파트교차로, 중랑구 상봉역 3·4번 출구 앞에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 밖에 보행자가 많은 교차로, 동시 보행신호로 운영 중인 교차로 등에 대각선 횡단보도를 설치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각선 횡단보도는 단순한 새로운 교통체계 도입이나 시설 개선을 넘어 '보행자가 주인'이 되는 교통 문화의 시작을 의미한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시민 안전과 편의를 최우선으로 보행자 중심 교통체계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