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아, 나하고 놀자] 위기십결(圍棋十訣)- 8.동수상응(動須相應)
박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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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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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상응(動須相應), 돌을 움직일 때는 모름지기 주위의 돌과 어울리는지 살펴봐야 한다.
바둑을 둘 때 이미 착점한 돌들이 서로 연관될 수 있도록 호응하면서 행마를 하라는 말이다. 돌이 서로 연결되게 움직여야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한번 둔 바둑돌의 위치는 바뀌지 않지만 상황에 따라 그 역할은 계속 바뀐다. 상대의 다음 수, 나의 다음 수로 인해 돌의 역할은 수시로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와 대국을 할 때는 항상 상대가 두는 바둑을 주의 깊게 관찰한 후 어떻게 대응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돌들이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을 잘 들여다보면서 수를 결정해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빠지지 않는다.
모든 수는 주변과 호응하며 저마다 의미를 갖는다. 모든 돌들의 의미는 고정돼 있지 않고 국면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바둑 웹툰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는 바둑판 위에서 의미 없는 돌은 없다고 말한다.
바둑은 모든 돌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서 바둑을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고 한다. 바둑돌 하나가 판 전체를 결정하기도 하고, 하나하나의 돌들이 어울려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착점이나 행마는 서로 잘 어울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결국 작은 행마들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동수상응이다.
끊어진 돌은 힘이 약하고 이어진 돌은 힘이 커진다. 그러나 고수들이 놓은 돌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어진 돌처럼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고수는 착점할 때마다 그 돌이 가진 힘이 극대화되는 곳을 찾아서 둔다. 돌의 조화와 능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 고수의 힘이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형편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하다 보면 곳곳에서 잡음이 생기고 일 처리가 어려워진다. 상대와 잘 조화를 이루면서 일을 해야 업무도 원할하게 진행된다.
사람도 혼자만 사는 게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두루 살펴 잘 처신해야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과 상대의 사정을 알지 못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부분이 모여 전체가 되고, 그 전체는 늘 부분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AI도 아니고 전체를 다 파악하고 움직임을 결정해야 하니 동수상응은 늘 어려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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