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기까지 포함해 전날 늦은 시간까지 격전을 치른 강동윤 9단이 기세를 몰아 농심배 4연승에 성공했다. 중반까지 패색이 짙었지만 끈질기게 추격한 끝에 극적인 반집 역전승을 일궈냈다.
커피마니아로 알려져 있는 강동윤 9단이 대국 초반 커피를 마시며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27일 오후 한국과 일본의 대회장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제2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7국에서 강동윤 9단이 일본의 네 번째 주자인 위정치 8단을 245수 만에 흑 반집으로 물리쳤다.
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흑을 쥔 강동윤 9단은 신중하게 반면을 운영했고, 위정치 8단은 적극적으로 나왔다.
초반부터 우상귀에서 어려운 싸움이 시작됐고, 강동윤이 우상변 흑을 살리려다 키워 죽이게 되면서 백이 이른 시간에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흑은 백의 방향 착오(백 84)를 틈타 우변을 크게 손에 넣고 좌하귀에서도 수를 내며 집의 균형을 맞췄다.
흑은 확정가가 많고 백은 두터움에서 앞서는 국면이었다. 결국 백이 두터움을 얼마만큼 집으로 만드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됐다.
중앙이 승부처였다. 백이 먼저 140으로 움직였고, 상중앙 흑돌이 엷은 약점을 공략하면서 백이 조금씩 다시 앞서기 시작했다. 백은 중앙에서 154로 찔러 들어갔는데, 이 수가 무리였다. 흑이 백을 끊고 공격했으면 백도 대마가 위험했다. 하지만 흑은 초읽기에 몰려서 정확한 수읽기가 어려웠다. 결과를 확신 못한 강동윤이 양보하면서 역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바둑은 끝내기에 들어갔고 백의 승리가 굳어질 즈음 백의 패착이 나왔다. 상변에 흑 2점을 잡은 백 176이 실수였다. 너무 작은 자리로 백의 손이 돌아가자 바둑은 바로 미세한 반집 승부로 요동쳤다. 흑이 큰 곳을 잇달아 차지하면서 바둑은 흑의 반집 우세로 역전됐고, 백이 마지막 큰 자리인 우하변에 찝는 수를 발견하지 못하면서 그대로 흑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강동윤 9단은 4연승에 성공하며 연승 상금 2000만 원을 확보했다.
대국이 끝날 쯤 강동윤 9단 앞에 놓인 생수 2병이 모두 비워질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었다
강동윤 9단이 4연승을 거두면서 29일까지 벌어지는 2차 라운드에서 한국 선수가 추가로 출전하지 않게 됐고, 그만큼 한국 팀은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강동윤 9단은 28일 중국의 롄샤오 9단을 상대로 14년 만에 농심배 5연승에 도전한다. 상대 전적은 1승 2패로 강동윤 9단이 뒤져 있지만 이번 라운드에서 승부 호흡과 감각이 절정에 올라 있어 기대를 가져 볼 만하다.
대국 후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하고 있는 강동윤 9단
강동윤 9단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초반부터 수도 안 보이고 판단도 안 돼서 많이 나빴는데 끝내기에서 운 좋게 역전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내일 대국에 대해 "(중국 롄샤오 9단이) 저보다 실력이 앞선다고 생각하고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스타일인데 연승 중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둘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내용으로 둘 수 있으면 좋겠다. 롄샤오 선수가 실리를 좋아하고 전투가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맞춤 전략을 생각해 보겠다"라는 계획을 밝혔다.
강동윤 9단이 4연승에 성공하면서 한국은 4명이 남아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랐고, 중국은 3명이 생존했다. 일본은 이야마 유타 9단 1명만 남게 돼 자칫하면 2라운드에 조기 탈락할 수도 있게 됐다.
대국 시작을 기다리던 강동윤 9단이 부채를 부치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주)농심이 후원하는 농심신라면배의 우승 상금은 5억 원이며, 본선에서 3연승하면 1000만 원의 연승 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 원씩)이 지급된다. 제한 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씩이 주어진다.
■ 제2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출전 선수
□ 한국 : 신진서·변상일·박정환·강동윤(4승)·신민준 9단(1패, 탈락)
□ 중국 : 커제·구쯔하오·롄샤오·퉈자시(1패, 탈락)·판팅위 9단(3승 1패, 탈락)
□ 일본 : 이야마 유타 9단, 위정치 8단(1패, 탈락), 시바노 도라마루(1패, 탈락)·쉬자위안(1패, 탈락)·이치리키 료 9단(1패,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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