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박정환, 삼성화재배 8강에서 빅 매치···한국, 7명이 8강 진출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2.11.01 21:48 | 최종 수정 2022.11.01 22:20 의견 0

삼성화재배 16강에 올랐던 한국 선수 7명이 모두 8강에 진출했다. 우승 후보인 신진서와 박정환이 8강에서 격돌한다. 박정환 9단은 32강에서 중국 1위 커제 9단, 8강에서 국내 1위 신진서 9단과 만나 대진 운이 없게 됐다.

1일 한·중·일 각국에 마련된 대회장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 16강 둘째 날 경기에서 한국은 신진서·박정환 9단과 이형진 6단이 모두 승리했다.

한국은 16강전 첫날 4명에 이어 둘째 날 경기에서도 3명 모두 승리하면서 2002년 LG배 이후 20년 만에 8강에서 한국 선수들이 일곱 자리를 차지했다.

두 번 준우승에 그친 한을 이번 대회에서는 풀 수 있을까? 모니터를 응시하는 신진서 9단의 눈매가 무섭다


둘째 날 경기에서 가장 먼저 승전보를 전한 것은 신진서 9단이었다. 중국의 판팅위 9단을 264수 만에 백 1집 반을 남기며 가볍게 꺾었다. 집 차이는 1집 반이었지만 내용은 신진서 9단이 압도한 완승국이었다.

신진서 9단은 초반 우상귀에 침입해 이득을 보고 이어 좌상귀와 좌하귀를 단단히 지키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초반 확실하게 실리를 확보하면서 백이 두기 편한 바둑이 되었고 이후 완벽하게 흐름을 주도해 갔다.

판팅위는 좌변에서 변화를 모색했지만 신진서는 개의치 않고 상변에서 흑 4점을 단단히 잡고 집 차이를 조금 더 벌렸다. 이후 중반이 지나면서 흑은 우중앙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133으로 우변 백 1점을 제압하며 크게 모양을 키우려고 했다. 백은 134로 중앙으로 한 칸 뛰면서 반발했고 우변 공방이 사실상 마지막 승부처가 되었다. 흑은 135로 붙이며 최대한 버텼지만 신진서는 정확한 수순으로 우하변 백 3점과 중앙 흑 3점을 바꿔치기하며 깔끔하게 정리했다.

신진서 9단은 승기를 확실히 잡은 이후에는 최대한 쉽게쉽게 두면서 바둑을 정리해 갔고, 4집 정도 차이가 1~2집으로 줄었지만 정확한 형세 판단으로 승리를 이끌어 냈다.

박정환 9단이 2연패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 32강전 커제에 이어 8강에서 신진서를 만난다


가장 마지막까지 대국을 이어간 박정환 9단도 중국의 탄샤오 9단에게 250수 끝에 백 불계승을 거두었다. 중반까지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지만 좌변에서 흑의 실수를 틈타 일거에 승기를 잡았다. 흑이 123으로 좌변 백 3점을 제압하려 했지만 백이 124의 절묘한 끼움 수로 오히려 흑 3점을 잡으며 집 차이가 확 벌어졌다.

한번 리드를 잡은 박정환 9단은 이후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박정환다운 정확한 형세 판단과 끝내기 능력을 십분 발휘해 상대의 항복을 받아 냈다. 올해 국내 대회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박정환 9단은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디펜딩 챔피언다운 좋은 내용으로 선전하고 있어 2연패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메이저 세계 대회 첫 8강 진출을 이뤄낸 이형진 6단. 이날도 대국장에 20분 이상 일찍 나와 대국을 준비했다


한편 2009년 입단 이후 뚜렷한 성적이 없던 이형진 6단은 생애 첫 메이저 세계 대회 출전에서 8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의 권효진 4단을 이기고 올라온 일본의 나카무라 스미레 3단에게 265수 끝에 흑 1집 반 승리를 거두었다.

이형진 6단은 초반 좌상귀에서 성공하며 앞서 나갔지만 백에게 하변을 허용하며 한때 역전을 당했다. 그러나 좌변을 깔끔하게 정리한 이후 좌상변 끝내기에서 크게 이득을 보며 승리를 거두었다.

삼성화재배 16강 둘째 날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도 모두 8강에 진출했다. 왼쪽부터 이형진 6단, 신진서 9단, 박정환 9단


외국 기사들의 대결에서는 중국의 양딩신 9단이 일본의 쉬자위안 9단에게 142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경기 직후 열린 8강 대진 추첨 결과 신진서 9단과 박정환 9단이 맞붙게 됐고, 최정 9단은 양딩신 9단과 만나게 됐다. 그리고 김지석 9단은 김명훈 9단, 변상일 9단은 이형진 6단과 만난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신진서-박정환의 8강전이 사실상 결승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국장 입장 전 디지털 기기 소지 여부를 검사 받고 있는 박정환 9단
공교롭게 8강에서 만나게 된 박정환 9단(왼쪽)과 신진서 9단이 나란히 앉아 16강전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화재해상보험(주)이 후원하고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 상금은 3억 원, 준우승 상금은 1억 원이다. 제한 시간은 각자 2시간에 초읽기 1분 5회씩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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