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판 둔 강동윤 ··· 6시간 넘는 혈투 끝에 농심배 3연승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2.11.27 10:21 | 최종 수정 2022.11.27 14:55 의견 0

2시 정각에 시작한 경기가 끝난 시간은 오후 11시 9분. '4패 빅' 무승부라는 해프닝이 일어나며 하루에 두 판을 두는 악재를 딛고 강동윤 9단이 농심배 3연승에 성공했다.

강동윤 9단이 재경기까지 하는 우여곡절 끝에 3연승을 거두었다


26일 한국과 중국의 대국장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제2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6국에서 강동윤 9단이 중국의 퉈자시 9단에게 무승부로 인한 재대국 끝에 승리를 거두었다.

사상 두 번째 4패 빅 무승부로 끝난 1차전은 강동윤의 승리가 예상된 경기라 아쉬움이 컸다. 초반 큰 모양을 만들며 앞서 나간 강동윤은 중반에 접어들면서 우변에서 퉈자시의 방향 착오에 힘입어 차이를 벌렸다. 이어 하변 흑 대마에 대한 공격에 나섰지만 흑 1점을 단수 친 백 128로 인해 단번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밖으로 단수 쳐야 했지만 방향이 잘못됐던 것. 오히려 흑 135까지 공격하던 강동윤의 중앙 백 대마가 잡힐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이때 퉈자시의 흑 137 대악수로 강동윤은 극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후 좌중앙 백돌이 잡히긴 했지만 하변 일대의 흑 대마를 잡으며 무난한 백의 승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다시 변수가 나타났다. 하변 흑 대마, 하변 백 대마, 좌하귀 흑 대마가 서로 한 집만 나 있는 가운데 사활이 걸린 패가 네 군데에서 났다. 무한 따냄이 반복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강동윤과 한국 팀은 백은 양 패라 살아 있어 상대방 흑돌이 죽는 것으로 주장했지만 중국 측이 이에 반발하면서 결국 무승부로 일단락이 되고 재대국으로 들어갔다. 재대국은 ‘무승부 발생 시 반드시 당일 재대국을 통해 승부를 결정한다’는 주최국 한국기원 규칙에 따라 당일 오후 9시 속행됐다. ‘제한 시간은 각 대국자의 남은 시간으로 한다’는 규칙에 의거, 초읽기만 남은 두 사람은 1분 초읽기 1회로 재대국을 진행했다.

한국기원 2층에 마련된 대국장 모습


재대국은 강동윤을 위해 준비된 시간이었다. 1분 초읽기만 주어진 엄청난 초속기 대국이었지만 강동윤은 실수 없이 인공 지능급 착점을 이어가며 상대를 압도했다. 특히 중앙 공방에서는 인공 지능의 블루스폿과 거의 일치하는 눈부신 행마를 보여줬다. 백 96과 같은 수가 압권이었다. 블루스폿과 착점에서는 한 칸 정도의 차이가 있었지만 좌변 흑돌을 공격하며 좌상변 백 대마를 타개해 가는 정확한 착점이었다.

반면 상대인 퉈자시는 속기의 부담 속에 형세 판단이나 시야에 문제가 있었다. 일방적으로 몰리던 퉈자시는 흑 119·121로 중앙 백 대마를 끊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강동윤이 이를 정확하게 응징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결국 백이 170으로 흑을 끊으면서 흑의 마지막 버팀목이던 상변이 거의 초토화되자 퉈자시가 돌을 거두었다. 두 판 합쳐 대국 시간만 6시간 11분이 걸린 대장정이 끝을 맺는 순간이었다.

대국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강동윤 9단. 두 판 모두 강동윤 9단의 특기인 난전으로 이끌면서 끈적하고 질긴 바둑을 구사하는 퉈자시를 무력화시켰다.


강동윤은 재경기에서 짧은 생각 시간에도 불구하고 '정말 잘 둔' 한판의 인생 명국을 남겼다. 이겼다고 생각한 경기가 무승부가 되는 악재 속에서도 강인한 멘탈과 집중력으로 한국 팀에 짜릿한 승리를 선물했다. 본인은 물론 팀원들에게도 커다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의미있는 승리였다.

강동윤 9단은 퉈자시를 상대로 지긋지긋한 연패를 끊으며, 3연승 연승 상금 1000만 원도 덤으로 챙겼다.

27일 벌어질 본선 7국에서 강동윤 9단은 일본의 네 번째 주자 위정치 8단과 대결한다. 통산 전적은 2승 무패다. 공교롭게 2014년과 2018년에 한 번씩 만났는데 이번 대결로 또 4년 만에 만나게 됐다.

이번 대회가 일곱 번째 본선 진출인 강동윤 9단은 지난 10회 대회에서 5연승을 달성한 바 있다. 반면 19회·23회에 이어 세 번째 출전하는 위정치 8단은 농심신라면배에서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주)농심이 후원하는 농심신라면배의 우승 상금은 5억 원이며, 본선에서 3연승하면 1000만 원의 연승 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 원씩)이 지급된다. 제한 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씩이 주어진다.

■ 제2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출전 선수

□ 한국 : 신진서·변상일·박정환·강동윤(3승)·신민준 9단(1패, 탈락)

□ 중국 : 커제·구쯔하오·롄샤오·퉈자시(1패, 탈락)·판팅위 9단(3승 1패, 탈락)

□ 일본 : 이야마 유타 9단, 위정치 8단, 시바노 도라마루(1패, 탈락)·쉬자위안(1패, 탈락)·이치리키 료 9단(1패,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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