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해 ‘짠물’은 어떻게 만들어질까···극지연구소, 세계 최초로 장기 관측 성공

박정원 기자 승인 2024.01.19 08:43 의견 0

남극 테라노바만에 있는 고염 대륙붕수 장기 관측 위치(노란색 원) [극지연구소]


극지연구소는 남극 바다에서 ‘짠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정밀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짠물’은 전 세계 바다 순환의 핵심인 남극 저층수를 움직이는 마중물같은 존재다.

남극 해안가에 인접한 바다는 계절에 따라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데, 얼음이 생성될 때 배출되는 염분이 가라앉으면서 바닷물의 염도가 높아진다. 이 바닷물은 염도가 전 세계 바다 평균 염도보다 높고, 대륙붕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고염 대륙붕수’라 불린다.

고염 대륙붕수가 주변 바닷물과 섞여 형성된 남극 저층수는 수심 4천 미터(m) 이하의 깊은 곳에서 대양으로 퍼진다. 남극 저층수는 지구에서 가장 차갑고 무거운 바닷물로, 대기 중의 탄소를 심해에 격리해 기후 변화를 늦추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극지연구소 이원상 박사 연구 팀과 미국 콜럼비아 대학교, 경북대학교, 뉴질랜드 국립수문대기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 팀은 지난 2017년 1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테라노바만에 관측 장비를 설치하고 약 1년간 고염 대륙붕수의 형성과 움직임을 추적했다.

관측 결과 2017년 고염 대륙붕수의 평균 수송량은 0.4스베드럽(Sv)에 달했다. 해양학에서는 물이 이동하는 정도를 Sv라는 단위로 표현하는데, 1Sv은 1초에 100만 세제곱미터(㎥) 양의 해류가 움직이는 것을 말하며 아마존강 수송량의 약 5배다.

연구 팀은 관측 결과와 인공위성에서 얻은 바다 얼음의 면적 변화를 분석해, 테라노바만에서 고염 대륙붕수 생성량이 지난 10년간(2012~2021) 2배 이상 늘어났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2015년부터 지속적인 생성률 증가가 나타났는데, 이 기간에 진행된 다른 관측값과도 일치했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추정한 고염 대륙붕수 변동 추세. 2015년까지 생성률이 감소하다 이후 증가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적색과 청색 점선은 해양-대기간 열교환 상수의 최댓값과 최솟값을 가정해 계산된 경계값이다. [극지연구소]


일반적으로 남극 바다의 변화를 장기간 관측할 때는 빙산을 피해 수심 400미터 아래에 장비를 설치한다.

연구 팀은 고염 대륙붕수 생성 과정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실험적으로 수심 47~360미터 구간에 관측망을 구성해 관측에 성공했다. 남극에서 고염 대륙붕수 생성 과정을 1년에 걸쳐 연속적으로 모니터링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의 ‘급격한 남극 빙상 용융에 따른 근미래 전지구 해수면 상승 예측 기술 개발’의 일환으로 수행돼 국제 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16일 게재됐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최근 10년간 고염 대륙붕수의 장기 변동성과 남극 저층수 변동에 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며, “향후 전 지구 해양 순환과 해수면 상승 예측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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