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사결정전] 2단의 반란··· 임상규 2단, 47.5:1의 경쟁 뚫고 첫 종합기전 본선 진출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4.02.14 23:37 의견 0

입단 2년 반이 갓 지난 임상규 2단이 제5회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본선에 진출했다.

임상규 2단은 3단계로 치러진 예선에서 8연승으로 단 4명만 뽑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첫 종합 기전 본선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저단자가 후원사 시드가 아닌 실력으로 본선에 오른 것은 아주 드문 케이스다.

또래보다 늦은 입단에 군 복무로 공백기를 가졌던 임상규 2단(왼쪽). 박진솔 9단을 꺾고 입단 2년 반 만에 실력으로 종합 기전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2월 랭킹은 69위다. [K바둑]


14일 오후 경기도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5회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3차 예선 4조 결승에서 임상규 2단이 박진솔 9단을 백 반집으로 꺾고 극적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경력이나 성적 면에서 박진솔 9단과 비교가 되지 않았던 임상규 2단은 중반 열세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따라붙어 극적인 역전승을 이뤄냈다.

임상규 2단은 좌하귀 흑 대마를 잡으면서 먼저 주도권을 잡았으나 박진솔 9단이 우상에 큰 모양을 만들고 하변 백 대마를 잡으면서 역전에 성공해 승률을 98%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박진솔 9단이 타이트하게 두지 않고 너무 지키는 수를 두다 계속 손해를 보면서 형세가 미세해졌다. 마지막 패착은 흑 185로 중앙을 내려선 수. 여기서 2집 정도 흑이 손해를 보고, 백이 우상변 옆구리에 껴 붙여 흑 집을 깨자 바둑이 역전됐다. 반집 차이의 극미한 형세였지만 백이 좀 더 두터웠다. 이후 반집을 다투는 끝내기가 이어졌지만 백의 반집 승리는 변함이 없었다.

박진솔 9단(오른쪽)과 임상규 2단의 대국 모습. 두 선수는 첫 공식 대국이다. [K바둑]


임상규 2단은 "계속 나쁜 상황이었는데 나중에 승부수를 띄운 게 잘 됐고, 이후도 어려웠지만 상대가 쉽게 생각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이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1997년생인 임상규 2단은 2021년 7월 또래보다 늦은 24세에 입단했다. 이후 병역 문제를 해결하느라 공백이 있었다.

이번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에서는 1차 예선에서 최민서 4단·박수창 초단·한웅규 9단을 꺾고 2차 예선에 진출해 박종훈 7단·윤준상 9단·박승화 9단을 눌렀다. 최종 3차 예선에서는 16강에서 원성진 9단에게 이기고 8강에 올라 박진솔 9단을 꺾고 8연승으로 본선 티켓 한 자리를 잡았다.

김정현 9단(오른쪽)과 설현준 8단. 설현준 8단은 6위, 김정현 9단은 12위다. 상대 전적은 김정현 9단이 4승 1패로 차이를 더 벌렸다. [K바둑]


한편 앞서 열린 최종 예선 3조 결승에서는 김정현 9단이 설현준 8단을 꺾고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김정현 9단도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본선은 처음이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설현준 8단을 맞아 김정현 9단이 우상에서 일거에 리드를 잡고 낙승을 거뒀다. 우상에서 백이 쌈지를 뜨고 사는 사이, 흑이 우상변을 차지하면서 실리의 균형이 깨져 버렸다. 설현준 8단이 상중앙 흑의 약점을 노려 백 94로 치받은 수가 패착이었다. 김정현 9단이 흑 95로 내려서면서 백이 치받은 수가 악수가 됐고, 백이 약점을 보완하는 사이 흑이 우상을 연결하면서 흑이 편한 바둑이 됐다. 상대 전적에서 3승 1패로 앞섰던 김정현 9단이 갖고 있는 강점을 잘 살린 한판이었다.

김정현 9단은 "초반에는 안 좋았는데 상대가 치받아 둔 교환이 악수가 되면서 거기서 잘 풀려 승리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상대가 설현준 선수이기도 했고 오늘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기대를 안했는데 승리해서 기쁘다. 본선에는 강한 선수들이 많은 만큼 제가 발전하는 리그전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실리를 중시하는 기풍의 김정현 9단(오른쪽). 이날도 실리를 먼저 벌어 놓은 후 우상에서 백의 실수를 틈타 흑돌이 안정되면서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K바둑]


제5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은 한국기원 소속 프로 기사 153명이 출전한 1차 예선에서 28명, 여기에 시드를 받은 28명이 합류한 2차 예선에서 7명이 최종 예선에 진출했다. 3차 예선은 2차 예선 통과자 7명과 최종 예선 시드자 9명(랭킹 상위 5명+전기 리그 탈락자 4명)이 16강 토너먼트를 벌여 4명의 본선 진출자를 가린다. 최종 예선의 제한 시간은 각자 30분+30초의 피셔방식으로 진행된다.

본선은 예선 통과자 4명과 전기 대회 시드 4명(박정환·변상일·박민규·이창석), 후원사 시드 1명 등 9명이 풀리그로 타이틀 보유자 신진서 9단에게 도전할 1명을 가린다.

제5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최종 예선 대진표


인포벨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며 K바둑이 주관 방송을 맡은 제5기 쏘팔 코사놀 최고 기사 결정전의 우승 상금은 7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20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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